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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

군대에서 수립한 연령대별 인생 계획

방황의 끝

중학교 2학년 올라오던 98년 1월, 아버지께서 오랜 투병 생활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후 정말 오랜 시간 방황했다.

 

방황을 끝낸 시기는 군입대 이후일 것이다.

군대를 가게 되니 이제 정말 성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홀로 남매를 키우시는 어머니를 생각해보니 도저히 이렇게 살 수가 없었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대학교 다니면서 이것저것 알바를 했지만,

막연히 사업을 해서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깊이 해본 적이 없었다.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운동하는 게 전부였다.

 

일병까지 열심히 살고 상병쯤 되었을 무렵,

지금이라도 인생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말 그대로 노답일 것 같았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반에서 1~2등 정도 수준의 성적 외에는

뚜렷하게 잘하던 게 없었다.

 

그나마 그 성적도

아버지 돌아가신 후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여 엄청난 속도로 추락했다.

 

돈을 많이 벌고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나중에 내 돈으로 내가 돕고 싶은 사람을 돕겠다는 뜻 외에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매일 개랑 같이 순찰을 돌면서(보직은 군견병이었다)

위에 기재한 많은 돈 벌기,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각 연령대별로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가 눈에 보였다.


연령대별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웠다

21살 주제에, 아무 기술도 없는 주제에, SKY급 대학교도 다니지 않는 주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령대별 큰 그림을 미리 그려놓는 것 밖에 없었다.

30살쯤에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질지, 무엇을 잘하고 있을지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운 계획은

 

20대에는 평생 사랑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현명한 아내이자 어머니가 될 여자와 결혼한다.

30대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된다.

40대에는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 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한다. 목표는 100억이다.

50대에는 사업에 성공하며 쌓은 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어려운 아이들을 직접 돕는 투명한 회사를 만들고 이끌어나간다.

60대 이후에는 건강에 매진하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궁리만 한다.

이 계획은 36살이 된 지금도 그대로 갖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최소한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다

20대의 계획은 이루어졌다.

정말 재밌게도 28살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29살 12월에 결혼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금의 아내는 주위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현모양처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싶다.

불행히도 아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그리고 29살에 국내 영업직 전체에서 전국 1등을 했다.

같은 해에 인화원에서 팀 1등, 개인 1등을 하며 실무자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이루었다.

 

애초에 LG화학에서는 진급하려는 욕심도 없었고 회사를 오래 다니려던 욕심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2017년에 연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며

완전히 초기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회사에서 초기 창업자들을 제외한 직원들 중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직원이 되었다.

 

위에 기재했듯이 30대의 목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대한민국 최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선수 같은 게 아닌 이상 대한민국 최고인지 아닌지를 가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 기준도 없을뿐더러 수시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스타트업 이직 후 기준을 더 명확하게 했다.

대기업에서 하고 싶었던 1등 다 해봤으니

이제는 스타트업에서 이 회사를 산업 내 동종 피어들 중에 압도적 1등을 만들어내면

내가 이 업계에서, 이 직군에서 대한민국 최고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직은 우리 회사가 동종 업계 전체에서 1등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계속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금융권 내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며칠 후, 우리 회사는 AUM(관리 자산) 1,000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올해는 상반기 내에 2,0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계획대로라면 곧 압도적 1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30대에도 계획을 이룰 수 있을까?

불과 4년도 남지 않았다.